계획과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며, 매일의 문장 속에서 영감을 찾습니다.
AND 신민규

계획과 즉흥, 이성과 감성을 오가며
​조용하지만 분명한 언어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신민규 시니어 매니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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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디어 누웠다, 알림 없이.” 재밌는 묘비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편인 사람이에요.
지금 제 인생 계획을 살펴보면, 지금은 커리어를 위해 열심히 달려야 할 타이밍이라 생각해요.
아직 압도적인 결과는 없지만 꾸준한 커리어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쉴 때에도 계획 세우는 것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매일 계획하는 삶을 살다가 아무 계획 없이 쉬는 날이 생기면, 의식의 흐름에 따라 밥을 먹을지, 쉴지를 스스로 물으며 보내요. 그런 날이 저에게는 굉장히 귀한 시간이거든요.
그 점에서 죽을 때야말로 진짜 완전한 쉼,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는 알람 없는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표현했어요.
Q. 계획이 틀어졌을 때는 어떤가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계획이 틀어지면 당황하고, 다시 맞추려고 애썼죠. 그런데 지금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그런 유연성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계속 일이 들어오고, 변경되고, 조율되는 과정을 겪으면서요. 예전에는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고 그대로 실행하는 걸 내 능력이라 믿었다면, 지금은 ‘변수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Q. 민규작가님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진짜 쉼은 ‘의무가 없는 시간’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2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다면 10시에 일어나서, 12시에 씻고, 1시에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아무 약속이 없는 날엔 그냥 일어나서, 배가 고프지 않으면 여가를 즐기고, 배고플 때 요리를 할지, 배달 음식을 먹을지 스스로에게 묻고 따라요.
그 시간엔 오로지 제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요. 회사에서는 늘 고객의 소리에 집중하니까, 쉴 때만큼은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고 싶어서 그렇게 해요.
Q.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죠.
바꿀 수 있는 건 내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죠. 제 노력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범위요. 그런데 이걸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어 여기 와서 기획안을 많이 쓰고 있는데, 애착이 생긴 기획이 실제로 구현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고객사의 컨펌을 거쳐야 하고, 내부 사정도 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왜 원하는 방향대로 안 가지?’라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해요.
Q. 그런 과정에서 배움이 있다면요?
예전엔 설득하려고 전화하고, 담당자에게 다시 설명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결국엔 상위 결정권자의 결정을 거쳐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애착은 갖되, 제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로 임해요.
기대를 조금 내려놓는 거죠. 그게 바꿀 수 없는 걸 인정하는 연습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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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아하는 물건 중 ‘시집’을 꼽으셨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 업무가 언어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언어에 굉장히 예민해요. 말장난이나 낯선 언어 조합에서 오는 선선함, 뉘앙스의 미묘한 차이들에서 행복을 느끼죠. 그래서 시집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시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일상의 감정이나 순간들을 날카롭게 짚어주거든요. 길을 걷다 시장이나 간판에서 발견한 문구 하나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예를 들어 코인노래방에서 본 “최상의 음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같은 문장처럼요. ‘최상의 음질’은 익숙한데, ‘기다릴 만한 가치’라는 표현이 붙으면 새롭고 신선해지잖아요. 시집은 그런 언어적 발견이 가득해서, 읽을 때마다 뇌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Q. 커피, 자일리톨 껌, 향수 등 좋아하는 물건들이 모두 루틴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예를 들어 껌은 단순 기호가 아니라 중이염으로 인한 귀 압력 조절을 위해 의사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거예요. 오후 집중이 필요할 때 씹으면 도움이 되고,
커피는 원래 ‘오기로 시작된 루틴’이에요. 중학생 때 친구에게 무시당한 게 억울해서 ‘보란 듯이 해보자’며 믹스커피 두 봉씩 마시며 공부했거든요. 그때 전교 2등까지 올랐고, 이후로 커피는 저에게 일종의 각성제이자 루틴이 됐죠.
향수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 걸 좋아해요. 무겁거나 끈적한 향은 잘 안 쓰고, 향의 이름도 중요하게 봐요. 향이 좋아도 네이밍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아요. 생각해보면 저는 루틴에 꼭 필요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평소에도 꼼꼼하게 확인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기획안을 보낼 때 오타나 버전 혼동이 없도록 정말 꼼꼼히 체크해요.
전 직장에서 입사 초기에 사수가 퇴사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제가 맡게 됐는데, 그 판단이 바로 위로 보고되거나 외부에 나가니까 실수에 대한 압박이 컸거든요. 그 이후로는 확인을 철저히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Q. 작가님은 어떤 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을 들으니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대부님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좀 쑥스럽지만, 저는 콘텐츠 작가로서 구직자와 기업 사이의 최적 교집합을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좋은 말’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죠.
Q.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좋은 말”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일까요?
기업의 브랜딩 문구처럼 “우리 회사는 정말 좋습니다”, “문화가 유연합니다” 같은 말은 듣기 좋은 말이에요.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그 팀에서는 어떤 걸 물어보나요?”,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이런 실질적인 정보가 훨씬 절실하죠.
그런데 그런 정보만 담으면 재미가 떨어지고, 브랜딩적인 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해요.
Q. 콘텐츠를 만들며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
제가 만든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을 때요.
머릿속에서 조합한 작은 단어들이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고,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순간이 가장 짜릿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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